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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누라님은 외출하고 집에 아무도 없습니다.

냉장고를 열어봐도 아무것도 없네요.


이럴때 요리솜씨를 발휘해 줘야 사랑받는 남편이 될 수 있습니다.

뭐 재료가 없나 여기저기 살펴밨습니다.


김치냉장고 안에 제주도 흑돼지가 진공포장되어 있는걸 발견했습니다.

아마 수육을 하려고 사다 놓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수육을 해보기로 합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압력솥을 이용해서 어쩌고 저쩌고 써 놨습니다.

압력솥은 다뤄본적이 없어서 포기하려다 무수분수육이라는 요리법을 찾아냈습니다.


이정도면 저같은 요리초보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수분수육 만들기 재료

돼지고기, 양파, 사과, 마늘, 등등



무수분수육의 메인재료인 돼지고기를 준비합니다.

해동해야 한다고 요리블로그에 써있던데 김치냉장고에 있는거라 그냥 쓰기로 합니다.




좀 깊이가 있는 알미늄 솥을 찾아서 양파를 마구 썰어 넣습니다.

무수분수육할 때 채소가 물의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바닥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채워줘야 한답니다.

2개 정도 썰어 넣었더니 바닥이 안보입니다.

양파도 좋고 수분 역할을 하는 채소는 다 쓸 수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무, 배추 등등

사과를 넣으면 맛이 좋아진다고 하는데 냉장고에 그 흔한 사과 하나 없어 그냥 앙파만 썰어넣었습니다.



무수분수육에 쓸 돼지고기가 생각보다 큽니다.

하나 통째로 안들어가서 반으로 잘랐습니다.




중간 중간 통마늘을 끼워 넣었습니다.

월계수잎을 넣으면 좋다고 하는데 그 흔한 월계수잎은 우리집에 없습니다.

통후추를 넣을까하다 별로라는 글을 보고 그냥 이대로 익히기로 합니다.



요리 블로그에선 무수분수육을 만들때 처음 김날때까지 센불에서 요리하다 중간불에 놓고 45분 정도 더 익히면 된다고 합니다.

요리 초보에겐 뚜껑 닫힌 솥은 판도라의 상자와 같습니다.

자꾸 열어보고 싶은 충동이 생깁니다.

대충 시간이 된것 같아서 뚜껑을 열어봅니다.




타는 냄새가 나서 뚜껑을 열어 봤습니다.

무수분수육은 안탄다고 했는데 양파를 깔아놓은 바닥이 까맣게 타버렸습니다.

고기를 잘라 보니 아직 속은 익지 않아 빨갛습니다.


요리를 글로 배우면 이렇게 됩니다.

어떻할까하다 냄비에서 고기를 꺼내고 양파를 제거하고 탄 부분을 대충 씻어 냅니다.

다시 양파를 썰어서 채워 넣었습니다.

양파는 눈물을 많이 흘리게 하네요 T.T



참지못하고 또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습니다.

잘라 보니 살짝 덜익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무수분수육용 커다란 고깃덩어리는 네조각으로 나뉘어 졌습니다.

돼지냄새가 좀 나는 것 같아 맛술을 뿌려서 익힙니다.




10여분 정도 더 익힌뒤 잘라내니 드디어 다 익은 것 같습니다.

칼질도 엉망이고 고기의 아랫부분은 탄 양파가 우러나서 색이 갈색으로 변했습니다.

혹시나 해서 먹어보니 오 괜찬습니다. ㅋ



대충 식탁을 세팅하고 아이들에게 테스트를 해봤습니다.

뭐 고기는 무수분수육이던 삼겹살구이던 뭐든지 옳습니다.

아이들이 맛있게 먹어주네요. 


마늘소스를 겉들이면 더 맛있다고 했는데 이건 실패네요.

고기의 느끼함을 마늘소스가 더 강력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원래 먹던대로 김치나 새우젓이 최고입니다.


문제는 설거지입니다.

양파가 타서 눌러 붙은건 잘 안닥입니다.

그냥 놔두면 마누라 한테 등짝 스매싱당할까봐 철 수세미로 닦아 냈습니다.


무수분수육을 만들며 오늘 배운 교훈 하나


요리를 글로 배워서 함부로 시도하지 말자는걸 몸으로 느낀 하루였습니다.